출처: http://www.artezine.kr/coverstory/coverstory.jsp?articleIdx=960

정연희, 교육정책에서 창의성을 검색하다

'교육'은 한국사회에서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해 온 주요 관심사이다. 높은 교육열로 볼 때 전국민이 교육정책의 전문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오랜 세월을 교육현장과 교육정책의 민감한 변화과정 속에 살아왔음에도 머리 속에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통상 교육을 논할 때 그 시대가 지향하는 미래적 가치를 담은 인재상과 교육목표가 먼저 그려지고 이에 근거하여 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래야만 학생, 학부모들이 교육정책의 변화 속에서도 예측가능하고 일관된 기조와 철학을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 것은 전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미래의 바람직한 '인재상'이며 이것이 제시되어야만 비로소 각종 교육정책이나 관련 사업들의 실현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초점의 이동, 과학에서 예술로

'창의성'이 현 시대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미래적 가치 중 하나라는 것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인구를 비롯한 생산요소의 양적인 성장만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의 미래는 이제 우리 국민의 창의적인 능력과 불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에서 '창의성'이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다루어진 것은 근래의 일이다. 그러면 교육과학기술부 사이트에서 '창의성'을 검색해 보자. '창의인재육성과'가 교과부 조직도에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막상 담당 업무를 들여다보니 주로 '과학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것만으로 짐작할 때 우리 교육 당국은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뒷받침 하는 철학이나 정당성의 근거를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창의성 관련 최근의 두 가지 자료가 검색된다. 2009년 12월의 '창의와 배려의 조화를 통한 인재 육성 -창의•인성교육 기본방안-'과 2010년 7월 교과부•문화부의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방안'이 그것이다. 그동안 '교육정책' 하면 '대입전형'과 '교육과정' 등이 뉴스를 도배해 온 현실을 감안할 때 이것은 커다란 변화이며 이제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한편, '예술교육' 활성화가 교육정책에서 중심 이슈가 된 것도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교과부는 예술교육을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핵심활동으로 규정하였다.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 방안'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5월말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가 '21세기 중심에 선 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기조연설자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지구 온난화, 기아, 빈곤 등의 21세기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교육해야 하며, 그 열쇠를 전통적 전문성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예술이 가지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해 보였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드디어 예술교육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지식 위주의 한줄 세우기 교육이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으나 이제 그 과열된 경쟁에 의해 대다수의 아이들이 조기에 인생의 패배자로 전락해 버리는 우를 우리 교육이 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교육을 통해 함께 지향해야 할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고 그저 교육이 입신양명의 도구 정도로 전락해 버린 탓이 아닐까? 그러나 이제 창의인재육성과 예술교육이 만나 교육정책을 이루게 됨으로써 그 틈새를 비집고 예술중점학교, 예술선도학교 등 예술을 통해 교육 혁신을 도모하고자 하는 크고 작은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졌다.


창의교육의 시작은 예술교육을 통해

바야흐로 전 세계는 지금 앞 다투어 미래 세대를 위한 창의성 육성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이 1999년 '우리 미래의 모든 것. 창의, 문화 그리고 교육'이라는 정책비전 보고서 발표에 이어 2002년 창의적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 사업을 추진하였고 2006년에는 폴 로버츠의 '국가 미래 정책 보고서: 청소년의 창의성 배양'을 채택하여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성, 혁신, 및 교육 개혁의 실제적인 방안들을 실천해 가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더 늦지 않게 창의‧인성교육정책을 마련하여 국민들에게 공표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통해 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유하게 된 것 또한 큰 행운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창의‧인성교육정책이 예술교육과 만나 한국의 미래를 밝게 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_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개발팀장 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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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문화예술교육2010. 6. 16. 09:30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아이와 잘 놀아주는 것이 창의성 훈련의 가장 기초
창의교육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연합 학술대회-디자인 분야 학술대회
글 : 홍선화 |gaudi0801@gmail.com | 기사전송 2010-06-09 15:59:36

2차대회 폐막 당일에는 ‘창의교육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연합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2010년 학회별 춘계 학술대회를 2차 세계대회와 연계해 문화예술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청소년들의 창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문화예술은 우리 삶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국체적인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창의력은 즐거운 놀이에서 나온다
영화, 연극, 무용, 사진, 디자인, 국악, 미술, 음악 등 총 8개 분야별로 나눠 동시 토론으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 연합 학술대회에는 문화예술교육 분야 전문가, 교사, 예술강사 등이 참석해 창의교육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한국디자인교육연구학회 주관으로 열린 디자인 분야 학술대회는 학회장인 이경현 성균관대 디자인대학원장의 진행으로 김승인 홍익대 IDAS 교수, 김수연 중앙대 박사과정, 홍혜경 한국디자인창의력개발원 이사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김승인 교수는 ‘창의성 디자인교육의 이해’라는 주제발표에서 창의력을 “일상생활 속에서 행복을 가져다주고, 숨겨진 잠재능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귀한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과거의 상상은 허구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허구는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상상력이 힘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미래의 생산력은 상상력이 될 것이고, 상상력은 창의성 교육에 의해 심화되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창의성 훈련과 관련해 네 가지를 요소를 꼽았다. 첫째, 창의력은 즐거운 놀이에서 나온다고 했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영재의 경우 엄마와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자녀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것이 창의성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둘째, 창의력이 커지면 행복은 따라온다고 했다. 로웬펠드(V. Lowenfeld)는 아이들의 창의성이 부모에 의래 억제되는 슬픈 현실이 나타난다고 말했고, 노벨상을 수상한 쿠르트 뷔티리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창의성을 잃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창의성과 지능은 다르다
셋째 창의적인 두뇌로 재디자인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새로이 형성하고, 새로이 정의하고, 새로운 해결책 또는 대안을 찾아보는 확산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즉 아이디어를 칭찬하고, 틀에 박힌 정답은 따로 마련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상상력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구상을 위한 체크리스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이벌(Eberle)의 스캠퍼(SCAMPER) 활용이다. 스캠퍼는 대체하기(Substitute), 결합하기(Combine), 적용하기(Adap), 수정하기(Modify),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Puu to Other uses), 제거하기(Elimination), 재구성하기(Rearrange)를 뜻하는 영어단어 알파벳 첫 자를 따 만든 것으로 특히 광고제작에 유용하다.
김 교수는 엉뚱하면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하고,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창의성과 지능은 다르다”며 “영재아를 분석하면 엄마아빠가 너무너무 친절한 것을 알 수 있다. 영재부모는 100번을 물어보면 100번을 대답하는 특징이 있다”고 유아기 때의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창의력 증진을 위해 중요시해야 할 3가지 요소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 수업내용 살피기, 학급 인원 등으로 정리하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디자인 시범교육, 디자인에 대한 흥미유발이 가장 중요
김수연 중앙대 강사는 2009학년도 디자인 시범교육과 관련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10주에 걸쳐 이루어진 디자인 시범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아이들이 디자인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중도를 높이고 흥미를 끌 수 있는 시각적 자료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먼저 1주차에서는 ‘디자인과 친해지기’라는 주제로 디자인은 정답이 없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표지를 만들기에 아이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4주차에서는 ‘나는 누구인가가 아닌 나는 무엇인가’로 포인트를 잡고 접근했다. “1주차 때 나온 그림과 비교했을 때 과반수이상 향상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해진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이 많이 나왔고, 이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6주차에서는 ‘과학자가 된 디자이너’라는 주제로 융합 디자인에 도전했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사고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활동에 즐거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10주차는 ‘기네스북에 도전하자’라는 주제로 세상에서 가장 긴 기차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무당벌레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등의 예시를 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그림에 담도록 했다. 그러자 백점 맞아야 하는 생각, 졸린 생각, 올백을 노린다, 틀리면 잔소리 등으로 가득 찬 자신의 머리가 가장 무겁다고 표현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그림이 완성됐다.
김수연 강사는 디자인 시범교육을 통해 얻은 가장 큰 효과는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다양한 재료로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집중력 향상을 위한 교육대상의 학년별 통일, 정규과정과 방과후 동아리 활동에서의 장단점 보완, 교육과정 프로그램 별로 2교시 이상의 수업 시간,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한 보조교사 참여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예술강사들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했던 블로그 활동이 효과적인 역할을 한 경험을 전하며 교사 간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아이들의 창의성 훈련에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혜경 이사는 ‘창의사고기법에 따른 디자인교육 콘텐츠 개발 연구’ 를 주제로 발표했다. 창의성의 정의를 내릴 때 전통적 정의는 빨리 생각해내는 능력을 뜻하고, 광의의 정의는 새로운 것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토란스(Torrance)는 창의성을 18개의 그림으로 예술적 정의를 내리고 있다. 창의성이란 알기는 원하는 것, 내일과 악수하는 것,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 냄새를 맡으려고 귀를 기울이는 것, 여러 곳을 거쳐 어느 하나를 더 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창의성이란 “수많은 사고를 마치 따발총처럼 연달아 발사한 뒤 과녁 부근에 있는 것만 간추려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이 홍혜경 이사는 밝혔다.
창의성은 몇 개의 수준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는데, 디자인교육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서는 표현적 창의성, 생산적 창의성, 발명적 창의성, 혁신적 창의성, 발명적 창의성의 개발이 가능하다.
창의적 사고기법과 교육사례로는 이해하기 쉽게 스캠퍼를 이용한 우산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설명했다. 우산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더 크게 하면? 더 작게 하면? 다르게 배치하면? 변형시키면? 조합하면? 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다 보면 우산의 쓰임새에 대해 갖가지 활용법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이 떠드는 것도 창의성의 계발이 될 수 있다. 교사 스스로 창의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생각을 하게 한 다음 피드백을 주지 못하면 아이들은 그 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아이들의 창의성을 끌어주는 사람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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