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공공성
책세상, 2014
들어가는 말 ─ 왜 지금 공공성인가
1장│서양 공공성의 역사
1. 시민과 공공성 ㅡ 인민에서 공중으로
2. 근대 국가와 공공성 ─ 야경국가에서 복지 국가 거버넌스로
3. 자본주의와 공공성 ─ 파괴의 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2장│한국에서의 공공성
1. 공과 사의 기원
2. 식민지 공공성
3. 독재 정부와 공공성
4. 민간 정부에서의 공공성
3장│공공성에 대한 비판적 접근
1. 비판적 공개성의 상실
2. 공공성에 관한 편견에 대한 비판
3. 노동 계급의 공공성은 불가능한가
4. 탈식민주의─서구 공공성에 대한 반발
4장│공공성의 재구성
1. 공共을 통한 공公의 탈환
2. 공공성을 위한 장소
3. 이미 시작된 공공성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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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왜 지금 공공성인가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공공성 公共性 :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
교육은 개인의 자아를 확립하고 능력을 개발하는 일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습득해야 할 관습과 문화, 지식 등을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에, 사립학교도 공공기관이다. 본래 교육의 기본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공공성을 인지하고 자율적인 참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특정한 영역들이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시민들과 연관되고 그들의 삶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공공성의 여부가 '판단'된다. 많은 시민들과 연관되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 범위는 미리 정해지거나 고정된 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논의하고 논쟁하고 합의를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식민지 지배체제가 공공성을 많이 약화시켰다. 물리적인 공간은 존재했으나 민중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결정하는 과정은 제거되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공공성은 정부가 주민에게 베푸는 시혜성 정책으로 대체되었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함께 구성한다는 과정의 의미는 사라졌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우리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해겠다는 자치의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를 버리는 것이 공공성인가
서구에서는 복지국가의 등장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과정이었다. 공공성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시민의 삶을 지속해나갈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가치이다. 다수의 사람과 두루 연관된 문제라면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공공성의 논리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사회뿐만 아니라 국가와 시장도 있다. 정부의 역할이 늘어나는 건 시장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가 많은 자원을 동원해서 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시민의 '자율적인 삶'은 '안정'을 빌미로 포기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늘리기보다는 시민들의 활동과 결정 능력을 강화해서 공공성을 실현하려는 운동, 즉 아나키즘과 시민사회이론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제3섹터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정부 부문도 아니고 영리 부문도 아닌 영역. 제3섹터는 사회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고,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으로 목적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정부와도 다르다.
정부의 힘만으로 공공성을 실현하기 어려운 것은 삶이 총체적이기 때문이다.
목적과 수단, 과정과 결과가 분리된 것이 아니듯 과정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자 결과물일 수 있다. 어떤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가운데 좋은 과정이 만들어진다면 내용은 빈약하더라도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성과물이고 공공성의 실현이다.
공公이라는 것이 다양한 사私들의 만남일텐데 우리는 마치 사를 버리는 것이 공인 것처럼 잘못 생각해왔다.
공공성의 뜻에 따른다면, 정부가 나서서(公)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시민들이 함께(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때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민간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할 때 공공성의 의미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1장│서양 공공성의 역사
1. 시민과 공공성 ㅡ 인민에서 공중으로
공공성은 특정 사안만이 아니라 그 사안을 풀어가는 방법과 과정까지 포함하므로 노예나 타인의 삶에 종속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서는 공통의 문제가 있더라도 공공성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기 어렵다.
고대의 공공성
공공성의 어원은 공화국 republic의 어원이기도 한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 res publica 이다. 로마는 기원전 1세기에 제정으로 바뀌기 전까지 공화정을 유지했는데, 공화국에서는 인민이 구성원 전체에 관련되는 중요한 일들을 함께 결정했다. 레스 푸불리카는 '공적인 것 또는 공적인 일'을 뜻하며, 푸블리카는 인민을 뜻하는 포풀루스 populus 라는 말과 어원이 같다. 로마에서는 '인민의 것 res populi'임을 뜻하는 말이 공공성이기도 했다. 공공성이란 인민이 모여 공적인 일, 공동체의 일을 함께 결정해가는 과정을 뜻했다.
로마에서도 여성, 노예, 외국인에게는 시민권이 없었지만, 외국인이라도 로마를 위해 큰 공을 쌓으면 시민권 획득이 가능했다. 그만큼 공적인 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었다. 단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평민들의 힘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로마 인민의 힘은 그들이 자신들의 힘을 정확하게 이해한 데서 나왔다. 로마의 평민들은 귀족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무리를 지어 로마를 떠나는 시위를 벌였다.
중세의 공공성
마르크 블로크, 봉건사회는 “예속 농민, 급료 대신 봉사를 조건으로한 토지 보유제의 보급, 전문화된 전사 계급의 지배, 인간과 인간을 결합시키는 복종과 보호의 유대 관계, 권력의 분산, 그리고 이 모든 것 속에서 가족이나 국가와 같은 다른 형태의 유대 관계의 존속”
하지만 신분제 사회였음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을에는 공유지가 있었고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 사이에는 공통의 것이 존재했다. 또한 과거에는 사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소유 개념이 확실하지 않아 그 안에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나눠 쓰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럼에도 중세 시대에 인민들이 아니라 귀족이나 영주가 공동체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귀족이나 영주들은 가끔씩 축제를 열고 음식을 나누며 자기 땅의 가난한 농민들을 달랬다. 독일의 철학지 위르겐 하버마스는 이런 중세 시애의 의례를 공공성이 아니라 공적인 과시 또는 과시적 공공성으로 파악한다.
중세시대에 도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계층과 제한된 시민권을 보장하는 대안 공간이었다. 중세의 자유도시들은 “자치 행정, 장터 그리고 성벽이라는 세 개의 기본 권리들을 이용해서 방어력이 없었던 촌락보다도 도시 중간 계급의 자유를 더 잘 보장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도시의 전사들은 해양 교육으로 부를 축적한 상인들과 함께 '코뮌', '공동체'를 만들고 자치권을 요구했다. 황제의 힘이 쇠퇴하고 사라센과 싸우며 북부 유럽의 교육이 활성화되자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들은 점점 강해졌다.
부르주아 사회의 등장
본격적으로 공공성을 요구하기 시작한 사회는 근대 부르주아 사회였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구보변동>에서 “초기 자분주의 장거리 무역이 창출한 상품 교환과 뉴스 교류”를 통해 부르주아 공론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상인들의 사적인 정보 교류로 시작된 신문은 정기적으로 인쇄되고 판매되면서 사회적인 공개성을 획득하게 된다. 신문은 시민이 공공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었다. ...
근대에 공공성은 공론장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근대 부르주아 공론장은 공권력과의 일정한 긴장 관계 속에서, 부르주아의 이해관계를 공적인 이해관계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발전되었다. 그리고 시민은 자기 자신을 다시 공공성의 주체로 여기게 되었다.
철학적으로 본다면 공공성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을 사회와 독립된 개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국가나 공동체의 공민으로 볼 것인가? 인간 존재에서 자유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동체의 목적에 우선해 개인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 자유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공공성의 성격이 달라진다.
2. 근대 국가와 공공성 ─ 야경국가에서 복지 국가 거버넌스로
자유주의 정부 이론
홉스의 사상은 개인의 자유를 국가에 넘겨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 부분에서, 생명을 보존하면서 누릴 수 있는 무제한의 자유를 강조하며 근대 자유주의의 기초를 다졌다. 치안과 국방 외에느 ㄴ개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자유로운 사회이니 여기서 공공성은 큰 중요성을 갖지 못했다.
홉스의 뒤를 이은 존 로크는 모든 사람이 자연법에 따라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존을 도모하는 평화로운 자연 상태를 구상했다.
3. 자본주의와 공공성 ─ 파괴의 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2장│한국에서의 공공성
1. 공과 사의 기원
2. 식민지 공공성
3. 독재 정부와 공공성
4. 민간 정부에서의 공공성
3장│공공성에 대한 비판적 접근
1. 비판적 공개성의 상실
2. 공공성에 관한 편견에 대한 비판
3. 노동 계급의 공공성은 불가능한가
4. 탈식민주의─서구 공공성에 대한 반발
4장│공공성의 재구성
1. 공共을 통한 공公의 탈환
2. 공공성을 위한 장소
3. 이미 시작된 공공성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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