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2010. 5. 17. 10:30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라고도 하고, 아랫돌과 윗돌을 연결해주는 축이라고도 하고
또는 기와지붕에 올라서 있는 동물상(?)을 말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다.
해서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표현이
황당한 사태에 직면했을때, '아, 어처구니만 있었으면 맷돌로 갈아버렸을 텐데'하는 무시무시한 언명이라고 맘대로 정의하고 있었는데,
김명인 선생이 또박또박 정리해줬다.

원문은 아래에서
어처구니가 없어야만 살 수 있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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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이 있다. ‘어처구니’는 ‘어[凸]’와 ‘처[凹]’와 ‘구니’[孔]로 만들어진 합성어로서 맷돌자루 또는 한옥 기와를 맞물리게 하는 요철공(凹凸孔)에서 유래한 말이다. 아무튼 마치 암나사와 수나사처럼 서로 다른 두 사물을 잘 맞물리게 하는 매개물로서 없어지면 참 곤란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한 어떤 것이 없을 때 ‘어처구니없다’는 말은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일이 어떻게 생길 수가 있지? ‘어처구니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의 심사는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원래 그렇게 잘못되어서는 안 되는, 아니 애초부터 잘못될 수 없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말하자면 일어난 사건이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아주 예외적인 일이기 때문에 조만간 원상회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그 말을 쓴다. 그러니까 그 말 속에는 황당함은 있으되 분노나 당혹 같은 주체의 고통이나 혼란은 적다. 이토록 잘못된 사태는 곧 교정된다는 합리적 낙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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