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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4 오오누키 에미코,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서장
공부2008. 1. 14. 13:30

처음에는 꽃놀이에 관한 연구로서 시작했던 만큼 한동안은 사쿠라와 군국주의의 관계를 미처 몰랐지만,

일본의 전체주의 정권이 사쿠라의 미적 가치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깨닫고부터는 그것이 관심의 중심이 되었다.

 

  '미의식과 군국주의'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배다리의 현재도 운영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집현전 할아버지께서 주셨다.

  작년 배다리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찾아갔었는데, 책 하나 골라보라고 해서 고른 책이다. 참고서가 대부분인 이 책방에서 유독 눈에 띄는 책이었는데, 양장에 600쪽이 넘는 비싼 책이어서 망설이다 집어들었었다.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해가 바뀌고서 서장을 읽었다.

 

  이 책은 일본의 절대주의적 정치체제가 상징이나 이상을 '미화'함으로써 국민이 정책을 어떻게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였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나의 관심은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조성하는데 아름다운 꽃이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사쿠라꽃은 애초에 무사, 젊은 여성, 게이샤, 치고, '자기'의 표현과 그 변용, 광기, 삶, 죽음 그리고 환생 등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었는데, 그 상징은 국가의 철저한 검열과 사상 관리 아래에서 "천황을 위해서 사쿠라꽃처럼 아름답게 죽는" 표상으로 수렴되어 일본 군국주의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상징에 수반되는 미적 가치의 역할에 대해 검토하고, '미의식'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본문에서 사쿠라꽃의 미적 가치를 검토하고 사쿠라꽃의 상징이 군국주의화되는 과정을 살피고, 이를 카미카제특공대원의 수기 등을 통해 이 과정에 작동하는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국가내셔널리즘의 '자연화'과정을 밝힌다.

 

  서장의 내용 중에 가장 살떨리는 부분은 이러한 군국주의화의 과정에 크게 기여한 행동이나 사상의 많은 부분이 군국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역사적 주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데, 세계평화에 기여하거나 군국주의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우리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나무를 비트는 악의 힘에 말려들어 가장 위험한 문화.역사적 과정에 관계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이 책의 원제목은 '비틀린 사쿠라'이다)

  과정에서의 진정성과 충실함이 늘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경고는 나, 그리고 우리의 행위에 직접적으로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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