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신문 인천in 탑 기사 제목은,
'비리백화점' 나근형 교육감 사퇴해야
http://www.incheonin.com/detail.php?number=6159&thread=32r02
읽어보다 짜증나서 닫았다.

우석훈 블로그 갔더니, 서울시 교육감이 취임 100일에 즈음에 메일을 보냈단다.
“서울교육 문예부흥을 중학교에서 시작하겠”다는 말이 솔깃한데,
다른 동네 일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 혁신의 씨를 뿌렸습니다


취임 100일, 감사할 일이 많았습니다.

취임한지 100일이 되었습니다.
감사할 일이 많았고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화를 시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열심히 뛰어준 직원들과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또 한편으로, 제가 추구하려는 것들에 운이 함께 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특성화고 무상교육을 공약했는데 얼마 전 교과부가 동일한 방침을 밝혀서 공약실현에 힘을 얻었고 예산의 부담도 줄었습니다. 또한 체벌전면금지 역시 교과부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다른 여러 정책들 중에서도 함께 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께서 추진하고자 하는 3무정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교육지원사업인데 서울시에서 협력하기로 하니 부담이 줄고 공약이행을 앞당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서울교육이 항공모함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대하다 보니 기수를 돌리기가 그만큼 어렵고, 조금만 기수를 돌려도 선미는 크게 돌아야 하니 신중해야 합니다. 게다가 교육의 주체와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교육내용과 방법이 복잡다단하며, 누구나 교육에 대한 경험과 견해를 가지고 있으니 그에 따른 욕구와 기대도 높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더라도 늘 부족함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늘 겸손과 성찰이 함께 해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서울교육 혁신의 씨를 뿌렸습니다.

지금까지 한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서울교육 혁신의 씨앗을 뿌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로 교육행정을 깨우고, 책무성과 감수성을 높이는 일에 주력해 왔습니다. 교육행정의 타성과 폐쇄성에서 벗어나 교육행정의 틀과 방식을 새롭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크게 보면 반부패와 거버넌스 혁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감수성행정, 학생중심 행정, 공감에 기초한 책임 행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서울교육혁신을 위한 북돋움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은 교육청의 변화에 초점을 두었기에 학교현장과 서울시민들에게 교육혁신의 온도를 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그간 각종 위원회에 외부인사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시민에게 개방하는 노력을 많이 해 왔습니다만 아직도 공정성과 투명성, 참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중등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54%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간 사학정책에 대한 전문가, 시민,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기구가 없었습니다. 또한 유치원을 포함하여 학교신설 및 이전 사업이 꽤 많습니다. 학교를 신설하고 이전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교육재정 투자가 많은 사업임에도 심의할 기구가 없습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의 혁신 노력을 북돋을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가겠습니다. 사학정책자문위원회, 국악교육자문위원회, 방과후학교혁신자문위원회, 학교신설이전심의위원회, 스마트러닝자문위원회, 시설공사비절감T/F 등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서로 배우는, 함께 배우는 배움공동체를 만듭시다.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잠자는 학교를 깨우고 책상 위에 엎드린 학생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입니다. 서울교육의 혁신의 시작과 끝은 교실과 학교입니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바꾸고, 학생들의 눈을 뜨게 할 주역은 교사들입니다. 교사들의 협력이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학교현장을 부지런히 방문할 생각입니다.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 때문에 힘들어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목소리와 신음소리를 함께 듣겠습니다. 교사들과의 대화하고 토론할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학교와 교실은 아직도 치열한 경쟁의 장입니다. 우리 아이들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와 교실을 감싸고 있는 경쟁의 막을 걷어내고 배움의 공동체로 바꾸고 꾸며야 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배움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바꾸어 가야 합니다.

또한 학교부적응학생과 비행일탈학생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학습부진과 학교부적응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교육 문예부흥을 중학교에서 시작하겠습니다.

학교는 지적인 학습 뿐 아니라 바른 인성과 민주주의를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장입니다. 그렇지만 대입경쟁, 고입경쟁을 향해 정신없이 나가다 보니 창의성․인성교육, 적성․진로교육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성, 민주주의, 인권, 사회적 책임, 반차별 감수성, 생태 감수성, 노동인권 감수성 등 학교와 교육이 꼭 지켜야 할 가치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가치가 복원되고 강화될 수 있도록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문학, 예술, 체육 교육이 살아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를 서울교육 문예부흥이라 이름하고 싶습니다. 학교와 교육 내용을 선진국 형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선진국 형으로 진입하기가 힘듭니다. 설령 진입한다 해도 그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교과 과목에 치중하던 학교 교육과정의 내용을 창의성, 적성, 진로 교육으로 과감히 방향을 전환할 때 성공적으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입시제도의 한계와 질곡이 있다고 해도 이런 노력을 포기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혹시 우리는 그동안 할 수 있었던 일들임에도 치열한 입시경쟁이라는 것을 핑계 삼아 방기한 것은 아닐까요?

서울교육의 문예부흥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할 생각입니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을 배움의 터로, 체험과 현장학습의 중심으로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인문적 소양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경쟁으로 짓눌린 학교생활에서 탈출구가 없고, 소수과목 위주의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기꺼이 몸을 놀리고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신명껏 달릴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문화와 예술의 향취와 신체적인 발산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낮추고, 정서를 순화시키며, 사람과 사물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 줄 것입니다.

몰입의 기쁨과 발산의 즐거움, 그리고 협동을 통한 성취를 느끼게 하는 데는 연극, 공예, 합창, 합주, 국악, 사물놀이 등의 교육활동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극은 종합예술이므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몫을 찾는 데는 더없이 좋은 활동일 것입니다.

이런 활동들이 특히 중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연극교육협회, 연극협회를 비롯한 각종 문화단체나 유관기관들과 접촉하여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학교로 만들기 위해 협조체제를 마련하는데 힘쓸 생각입니다.

왜 하필이면 중학교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지난 몇 년동안 일제고사나 방과후교육 왜곡 현상 등으로 다소 침체되고 변형되었다 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저력과 탄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체육 교육에 대한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교육의 특성을 생각해 보십시오. 공교육의 허리입니다. 초등의 연장인 동시에 고등학교의 예비과정인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학교 교육은 아주 약해져 있다 생각됩니다. 더구나 중학교 시기의 심리적인 역동을 생각해 볼 때 다양한 분출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교육 문예부흥을 중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내려 하는 것입니다. 저는 서울교육 문예부흥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성취와 협동의 즐거움을 맛보이고 싶습니다. 합창, 연극, 구기, 스포츠클럽활동 등을 함께 하면서 만들어내는 조화를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올 하반기의 특별교부금의 대부분을 중학교의 문학․예술․체육을 되살리기 위한 시설자금으로 투입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교육청 특별재정회계의 여분을 중학교의 문예부흥활동과 학교혁신 연구모임을 위해 지원하려 합니다.

내년에는 40개 내외의 혁신학교가 선정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100개 정도의 교사 연구모임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학교단위, 지역단위로 수업 및 생활지도 혁신을 위한 교사 연구모임과 동아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유도할 생각입니다.

지난주 내내 국정감사를 대비하느라 바빴습니다. 하지만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육청의 많은 업무들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음은 물론 직원들과 깊은 소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우리 교육청 직원들의 사물을 보는 눈이 변하고, 감수성이 살아나고, 새로운 비전을 볼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었지만 교육청 업무와 현안을 비로소 파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임 100일이 개인으로서의 저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서울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간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마침 국정감사일이 취임 100일입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공부하고, 성찰하고,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에 이 또한 행운이었습니다.

그간 서울교육가족이 보여주신 관심과 지지, 때로는 따끔한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서울교육호가 출항한지 100일입니다. 긴 항해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멋지게 나아가 교육혁신의 항구에 안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10. 10. 8

서울특별시교육감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