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이러고 지내2013. 6. 10. 01:01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를 봤다. 동명의 만화(그래픽 소설) 원작자인 마르잔 사트라피가 뱅상 파로노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원작은 2000년부터 4년에 걸처 총 4권으로 발표되었다가 2007년에 영화화되었고, 한국에는 2008년에 개봉하였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비평계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페르세폴리스는 옛 이란, 페르시아 제국의 거대한 왕궁도시 이름이다. 그렇다, 이 에니메이션은 이란과 관련있는 영화다. 이란은 페르시아 만과 카스피 해 사이에 위치하며, 유럽 쪽으로는 터키, 이라크와, 아시아 쪽으로는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과 접해있는 국가로 공식 명칭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다. 1979년 팔라비 왕조를 무너트린 이슬람 혁명으로 공화국을 수립하였는데, 대통령과 의회가 있는 공화제를 갖추고 있지만, 그 위에 대통령 해임권이 있는 종신제의 최고지도자가 있다. 첫 최고지도자는 1989년 사망한 호메이니이다. 이 혁명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주도권을 잡은 반혁명이기도 했다. 여자들은 히잡을 다시 써야 했고, 혁명수비대가 거리를 누비고 사회운동가를 가차 없이 처형하기 시작했다. ‘이슬람공화국의 결합은 이런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곧바로 1980년 수니파가 다수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시아파가 집권한 이란을 침공하면서 이란-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었다. 친미정권이었던 팔레비 왕조의 붕괴 이후 서방세계의 석유 공급원인 이 지역은 격동한다. 이란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핵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페르세폴리스>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로, 70년대 후반부터 90년도 초반까지의 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9년에 이란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마르잔 사트라피는 지금 프랑스에서 일러스트 작가이자 만화가로 프랑스에서 활동중이다. 그리고 자기 나라를 마음대로 오갈 수 없다. 이 영화는 이슬람혁명과 이란-이라크전쟁을 겪고, 14살의 나이에 전장인 고국과 억압적인 교육환경을 떠나 낯선 오스트리아로 유학하여 자유를 만끽하다가 방황과 좌절을 겪고 귀국하여 대학에 진학하여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다가 꿈같은 사랑과 결혼, 곧이어 찾아온 이혼 후 다시 프랑스로 떠나는 1994년까지를 담고 있다. 늘 마르잔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사려 깊고 자상한 아빠와 엄마, 친구 같으면서도 인생에서 얻은 가르침을 아끼지 않는 멋쟁이 할머니, 반정부 활동으로 투옥과 고문에 이어 끝내는 처형되는 삼촌 그리고 그 속에서 좌충우돌 많은 사건과 갈등, 방황 속에서도 삶을 찾아가는 마르잔.

이 이야기를 잘 읽어내는 것은 만만치 않다. 복잡다단한 관계가 얽혀 있다. 석유자원을 둘러싼 나라 간의 이해관계,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와 율법을 강요하는 종교 이슬람, 가족 간의 사랑과 국제정세. 마르잔 사트라피를 비롯하여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보통 영화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는데, 이 작품의 경우 대립이 팽팽하여 나에게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듯하다. 우선,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 더 많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지닌 분명한 미덕은 솔직함과 위트이다. 솔직함과 위트가 없었다면,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접하면서 알게 된 이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번엔 만화책을 봐야겠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사람이 전하는 이 이야기가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은 내가 살아온 시대와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나의 유신, 나의 광주, 나의 5공화국, 문민정부와 참여정부, 이명박에 이은 박근혜. 내 삶 속에 시대는 어떻게 들어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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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4년에 걸쳐 본인의 출신과 성장에 대한 고백을 담은 총 4권의 그래픽 소설<페르세폴리스> 발표, 한국에는 20051,2권 합본호, 20083.4권 합본호 출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알프-아르상, 미국 하비 만화상,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상

 

2007년 영화화

미국비평가협회 표현의 자유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시카고비평가협회/뉴욕비평가협회/LA비평가협회 애니메이션상,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관객상/무비존상

한국에서는 2008년 개봉

2008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가족시네마>부문, 서강영화제, 2010년 여성인권영화제 초청

 

+ 인생은 한숨(2012), 자두치킨(2012), 바느질 수다(2011), 이상한 나라의 율리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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