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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일, 2014

문화예술과 교과통합에 대한 이론적 고찰

전국음악교과모임 여름 자율연수 : 음악교과의 경계를 넘어 행복한 학교 만들기 中


1. 감성적 활동으로서 문화예술


감성의 힘


문화예술 영역 전반에서 인간의 감성이야말로 억제할 수 없으며 해체할 수 없는 본원적 에너지다. 이 에너지를 통해 문화생산 및 비판 능력, 예술적 향수와 비평 능력 등 다양한 문화예술적 유기물이 생성되며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독일의 시인 실러에 의하면, 인간이 자연의 힘에 예속된 감각적 단계에서 그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감성적 단계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겨서야 비로소 지적, 윤리적 단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독일이데올로기>에서 현존하는 세계의 기초를 '감성적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감각이 인간 현실의 확실한 토대라는 데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인간의 감성적 활동 전체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계가 감각 세계인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감성 안에서 태어나고 감성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본래 '감성적 활동'이란 감각적 세계를 변형시키는 활동 일반을 의미한다. 삶 자체가 감성적 활동으로 이루어졌으며 동시에 삶의 감성적 활동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행위이다. 그 행위로써 삶은 바꾸는 것이자 바뀐 것으로서 자기 자신을 바꾼다. 감성적 활동으로서 문화예술은 자기 자신을 느끼는 일이자 그 존재의 모든 지점에서 자기 자신을 깨닫는 일이다. 문화예술교육 차원에서 '느끼기'와 '깨닫기'의 감성적 힘은 자기 형성과정의 노력과 관련하여 중요한 부분이 된다.


생물학적, 문화적 몸


고유수용감각은 몸의 경험에 있어 바탕이 되는 중요한 것이다. 물질에 대한 근육감각이나 촉각은 손지식을 형성시킨다.


몸으로 생각하는 것은 근육의 움직임, 자세, 균형, 접촉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의지한다. 운동선수와 음악가는 동작의 느낌을 상상하고, 물리학자와 미술가는 몸 안에서 전자나 나무의 움직임과 긴장을 감지한다.


음악에서 체험의 감각적 성격은 청각으로 단순화되고 번역되어 작품으로 남게되는 변용과정을 거치게 된다. 피아니스트들은 근육이 음표와 소나타를 기억한다고 말하다. 배우도, 조각가도 몸과 다른 것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요소다.


감성적 체험의 특질


현재 이곳에서의 감성적 체험이 제대로의 경험이라면 활력으로 고양되어 자발적 자기형성에 중요한 체험이 되고도 남는다. 감성적 체험의 특질은 음악에서 두드러진다. “정서의 구조는 음악의 구조와 비슷하다. 음악은 정서가 느끼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음악학자 판스워스) 세상에 존재하는 감성적 힘에 반응하는 정서에는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체험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 체험들은 개인적인 감정과 감각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와의 활발하고 민첩한 교제를 의미한다. 이때의 감성적 체험은 존재론적 체험을 현재화함으로써 존재에 지속적인 변화를 허락하는 힘의 작용에 대한 경험이다. 이는 인식론적 경험으로서의 미적 체험을 존재론적 체험으로 확장함으로써 그것은 예술의 맹아라고 할 수 있다.


감성적 체험에서 힘의 작용은 초보적인 형식에서조차 미적 경험이라는 유쾌한 지각에 대한 전망을 안고 있다.


존 듀이는 <경험으로서의 예술>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형식-그것은 무엇인가가 완벽한 마무리를 성취했을 때 드러나는 궤적의 추상적인 용어인가?”


특히 학습과 관련하여 감성적 체험의 내용적 특질은 재미와 감동 그리고 관심 등이 있으나 여기서는 관심이라는 말에 주목하고자 한다. 관심은 어떤 욕구에 의해서 휘몰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능동적인 관심 또는 무엇인가 지향하려는 노력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감성적 체험의 기능적 특질에서 지배적인 관심은 매슬로우가 <존재의 심리학>에서 제안한 감성적 상황에서의 '절정체험'이라는 것에 모아지고 있으며, 더불어 절정체험을 전통 미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카타르시스라고 부르는 체험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몬로 비어슬리가 주목한 감성적 체험의 기능적 특질이 제공하는 일곱 가지 효과

1. 긴장을 제거하고 파괴적 충동들을 진전시키는 효과

2. 자아 속에서 야기되는 작은 충동들을 해결하고, 통합 또는 조화의 창조에 도움을 주는 효과

3. 지각과 식별력을 세련화하는 효과

4. 상상력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 놓는 능력을 개발하는 효과

5. 치료보다 예방으로서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효과

6. 상호 이해와 신뢰를 북돋아주는 효과

7. 인간적인 삶을 위한 이상을 제공하는 효과


2. 문화예술과 교육


문화예술과 자기 생산(형성)


예술의 기원인 시짓기(poiesis)는 인간 사유의 본성에 뿌리박고 있는 짓기의 본능과 건축에의 의지에서 비롯한다. 포이에시스적 예술이론에 따르면, 예술은 기술과 같이 인간의 창작 능력인 동시에 제작하는 능력인 테크네(techne)와 동일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진리로 이끄는 삶의 한 방식으로서의 포이에시스는 '참된 것을 끄집어 앞에 내어놓는 것' 그리고 포이에시스적 삶의 의미란 다름아니라 현실을 의도적으로 뛰어넘고 변형시키는 것, 현실에 없던 새로운 잉여가치를 덧붙이는 것, 이로써 인간은 스스로 자기를 창조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기 생산은 상호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교육이란 객체화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그 존재로 있게 하는 '존재 드러남', '자기 생산성'이라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은 인간의 힘을 생삭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의 내면적 활동 상태를 뜻한다.


예술은 표현욕구를 특정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자신을 실현하는 그 과정을 현재화한다. 그리고 그것으로써 자기 이해를 얻게 되므로 이러한 지평에서 문화와 예술이 만나게 된다. 여기서 문화와 예술이 공유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라는 존재론적 지평이며 그 과정이다. 예술은 문화에 대한 체험과 표현을 담고 그것을 재현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문화예술과 존재론적 발달체험


문화예술을 교육영역으로 끌어들인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적 관점에서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과 발달적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세계와 사회에서 인간이 스스로 되어가는 존재론적 발달 성취의 과정, 역동적으로 자신의 존재성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영역에서의 문화예술은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자기형성과정으로서,특히 삶의 자기 변화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발달을 이끌어내는 문화예술교육은 존재론적 체험으로 성취된다. 존재론적 체험을 겪으면서 인간은 왜 사는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게 된다. 자연을 변형하고 개조하여 자신의 삶에 맞게 바꾸어나가는 그 이면에서 자연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지와 의미체험을 바라보게 된다.


예술을 포함하는 광의의 문화는 인간의 존재조건인 것이다. 그런 문화에는 당연히 인간 존재의 자기 실현, 그 존재성이 담겨있다.


인간이 거주하는 실존적 공간을 '장소'(topos, ort, place)라고 부른다. 유독 인간존재만이 시간과 공간에 속한 사이-존재로서 특정한 시공의 '사이' 안에 그때그때 한정된 '장소'에 거주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사람과 물건 사이의 오랜 길들여진 사귐과 마주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성과 역사성을 띤 국지적 공간에서 직접적인 감정적, 정서적 관계의 풍부한 내용을 갖게 된다.


문화적 존재로서 발달적 성향을 지닌 인간은 근본적으로 현실적 세계를 넘어 그 이상의 것을 지향하고 그를 향해가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문화는 인간의 정신과 삶의 표현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도록 자기 자신에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발달적 교육의 관점에서 본 존재론적 문화인 것이다.


문화예술교육과 몸의 발달


다양한 감각이 소통되고 통일되는 것은 순수 지성의 작용이 아니라, 고유한 몸의 종합이며 지각적 종합이다. 이외에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신체의 운동감각적 사고에 대해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운동감각적 사고란 몸의 운동 이미지나 기억된 동작의 측면에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근래에 들어와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저스 <마음의 틀>에서 이와 유사한 운동감각적 사고의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가드너는 “몸은 자신의 지성을 품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생각함으로써 배우지 않고 함으로써 배운다. 즉 배운다는 것은 세계에서 지각하고 행동하는 한 사람의 방식을 변형시키는 '몸 스케마'의 새로운 적응과 이해이다. 게임을 플레이함으로써 우리가 게힘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적 행동은 특수한 언어 게임에서의 규칙들을 그의 '몸 스케마'의 새로운 적응과 이해이다.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에 의하면 “지속적인 그러나 무의식적인 감각의 흐름이 우리 몸의 동작부위에서 나온다.”라고 한다. 이 감각의 흐름이란 우리가 '제6감' 혹은 비밀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는 자신의 근육을 살피고, 위치나 긴장상태, 움직임을 끊임없이 재조정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숨어있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감각장의 자연구조는 생후 약 4개월경, 지각, 운동 능력이 완전하게 발달함에 따라 유아는 손뻗기와 조작을 통해 사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유아는 사물이 자리하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며, 바라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물을 이용한다.


아동의 고유수용감각은 비고츠키에 따르면, 눈과 손뿐 아니라 말하기의 도움을 받아 발달한다. 실제적인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할 때, 고유수용감각이 발달한 아이들은 어떤 것을 배우고 익힐 때 먼저 대상의 속성을 파악하고 그 대상에 맞게 신체를 숙련시킨다. 그 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신체를 고도로 분화된 방식으로 사용한다. 세계의 의미를 배우는 이런 방법은 모두 몸을 수반한다. 즉 몸의 지각적 능력, 운동 기능, 자세, 표정, 정서와 바람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감각, 몸의 느낌, 촉감 등은 상상력 넘치는 사고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심리학자인 베라 존 스타이너(Vera John Steiner)는 몸을 '사고의 도구'로 보고 있다. 지각은 감관과 홰재적 대상들이 접촉한 결과가 아니라, 지성적 감정적 실천적 활동이자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주체는 몸으로 보고 만지고 듣는 육화된 주체이다. 육화된 주체인 우리는 지각의 장 안에서 존재나 현상을 지각하고, 그러한 존재나 현상에 대해 지각과 함께 산다.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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