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냐 리겔 지음, 송순재 옮김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 상상을 현실로 만든 혁신학교 이야기

착한 책가게, 2012


1.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 - 읽기와 쓰기 배우기

2. 학생생활나눔터의 나무 한 그루 - 프로젝트 수업과 교과수업에서 하는 실천학습

3. 네가 만일 -  상상력과 학습

4. 진지하게 대화하기 - 종교수업

5. 다투고 화해하기 - 민주주의와 책임의식 배우기

6. 학교 문을 나서서 - 실제 상황에서 배우기

7. 연극을 많이 하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 무대가 곧 학교다

8. 문 걸어 잠근 나홀로 교사를 대신해 - 연대를 이룬 교사공동체

9. 실력이 인정받는다. - 학업성적의 평가

10. 내가 속한 곳은 여기야 - 학교에서의 의례

11. 우리가 개입한다 - 사회정치적 참여 - 학교울타리를 넘어서

12. 벽을 허물기 - 공부하고 함께 사는 공간

13. 기업으로서의 학교 - 부수입 직접 창출하기

14. 학교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세요! - 학부모들과의 협동과 갈등



1.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 - 읽기와 쓰기 배우기


PISA 연구에서 독일의 15세 학생 중 10% 가량을 이른바 '실질적 문맹'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밖에 13%가 고작 '초등학교 초급단계 수준' 정도의 읽기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다수 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 공부는 아주 버거운 일이다. 그런대 아이들은 점점 쓰기를 익힐 필요가 없어진다.


글쓰기의 동기

자연스럽고 거침없이 그리고 즐기면서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보통 많이 읽고 씀으로써 배우게 된다. 따라서 좋은 학교란,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가치 있는 일인지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동기를 부여하는 학교다.

우리 경험에 의하면, 잘못된 글자를 바로잡는 데 목표를 두고 이루어지는 받아쓰기 시험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처음부터 맞춤법에 근 비중을 두다 보면, '자유로운 글쓰기'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의무가 아닌 한 더는 아무것도 쓰지 않으려고 하게 된다.

자유글쓰기아말로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방식이다.


읽기를 하나의 사건으로 연출하기

“책 읽는 밤” : 자기 교실에 이부자리를 마련해놓고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교사에 이어 학생들이 연이어 읽는다. 모든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책 소개하기”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학교' 없이 '시민의 학교'또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2. 학생생활나눔터의 나무 한 그루 - 프로젝트 수업과 교과수업에서 하는 실천학습


프로젝트 수업

헬레네 랑에에서 프로젝트 수업은 통합교과적 성격을 띤 툭수한 수업방식으로 학기마다 한 번씩 이루어진다. 6주에서 8주의 기간에 한 가지 주제에 주당 최소 10시간에서 12시간을 할애한다. 성적처리 기간과 방학 사이의 빈틈이야말로 일반적으로 학교들에서 프로젝트 주간으로 선호하는 시기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좀더 주도적이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긍정적인 학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린 학습

아이들은 자기들을 단계별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나 다른 이의 도움 없이 많은 부분을 스스로 수행해봐야 한다.

통합교과적인 접근과 실천학습(:경험에 의한, 경험을 통한 학습) 방식 등 교사들에게 새로운 수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요구하는 교육 방식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항상 위태롭다.


학습결과 발표

프로젝트 수업의 발표회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교과수업

아이들에게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습도 꼭 필요하다.

자기가 배운 내용을 실제 경험과 연관시키지 못한다면 배움은 큰 의미가 없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학교 수업에서는 무언가를 실제로 경험하게 하기를 마다하는가?


다름과 마주하기

헬레네 랑에는 종합학교다. 학생들을 수준별로 분반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수준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는 '그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배움을 위한 조언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3. 네가 만일 -  상상력과 학습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교육의 주안점으로 삼고 있는 이성적, 분석적 사고 외에 상상하는 능력(Imagination)의 영역이 있는데, 많은 학교 교육에서는 이를 등한시한다.

창의성을 보통 표상능력을 키우는 예술과목의 몫으로 한정하기도 하는데, 어느 교과목이든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인식의 직보는 누군가가 '창의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지금껏 정립된 것 이외의 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표상능력을 키우는 교육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이것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 감각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시각, 청각, 촉각, 신체적 인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온몸이 인지기관으로 작용해야 한다.

- 표상능력은 우리 몸과 관련되어 있으며 우리 몸을 통해 이루어진다.

- 날마다 우리가 원해서, 혹은 가끔은 원치 않지만 인지하게 되는 외부에서 받아들인 인상들은 깊이 살펴봐야 한다.


라디오 스튜디오

어떤 사실이나 문제, 자료, 장면이든 간에, 라디오라는 매체는 우선 청취자가 어떤 것을 듣고, 그것을 자신의 상상세계에서 재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시각적 인상이 청각 언어로 표현되고, 그것이 듣는 이의 머리 속에서 거꾸로 시각화되는 것이다.

연극이야말로 수업 개념에 상상력을 도입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기본적인 노력이 응집된 장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의 방

우리는 학교 건물의 한쪽을 침묵의 방으로 꾸몄다.



4. 진지하게 대화하기 - 종교수업


학교에서 종교과목은 여느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마찬가지의 위상을 갖는다.


학급별 종교수업

수업을 위한 의식이 종교수업에 아이들이 집중하도록 했다.

종교를 학급 단위로 가르치기로 했다. 우리는 더는 아이들을 종교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수업한다.

“오늘날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차이, 다원주의,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사는 것이다. 학교는 차이와 변화를 감지하고 인식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도하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종교에 대한 지식이 고갈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들은 자기들이 지금껏 배우지도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영성과 이를 표현할 방법을 갈구하고 있다.



5. 다투고 화해하기 - 민주주의와 책임의식 배우기


핵심내용을 기억하고, 성찰적 이성적 사고를 하며, 지식을 분류하고 통합하는 등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학교는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 말고 어디서 아이들이 민주주의 의식을 체득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공립학교는 필연적으로 '시민학교'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청소하기

학생들이 직접 자기 학교를 스스로 청소하는 경험.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생활반경 안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고 싶다. 이러한 배움은 노동을 수반한다.

학교라는 곳은 할 일이 참 많은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을 왜 어떤 학교들에서는 교사가 도맡아 하려고 하는가?

공동체를 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해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모두를 위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이득이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학급회의

학생 개개인에게 책임을 부여하면 그에 따른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맡은 일에서 어떤 쟁점이나 문제가 떠오르는 등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그에 대해 의견을 나타내려고 할 것이며, 학급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할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벽보'와 '학급회의'는 이를 위한 두 가지 핵심적인 제도로, 프랑스 교육학자인 셀레스탱 프레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이다.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라는것은 아주 세밀한 표현방식에 이르기까지 도와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민주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참을성 있게 연습하는 첫 내디딤은 너무도 중요해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만일 아이들이 모든 사안에 대하여 회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독립성과 배려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합의와 원상복구의 원칙

학교 내 민주주의란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이 공동체 내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을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게 수행해내는 것을 뜻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행위는 사전에 진지한 토론과정을 전제로 해야 의미가 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개인이 갖고 있는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은 배워야 한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예술은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예방책이다. 예술은 만족감을 준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정돈된, 정성껏 만들어진 공간에 있을 때는 황량하고 볼품없고 애정 없이 대충 만들어진 공간에서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다. 하물며 그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자기가 직접 참여하고 땀 흘려 일했을 때에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원상복구의 원칙은 학교공동체에 속한 모두에게 적용된다.



6. 학교 문을 나서서 - 실제 상황에서 배우기


이웃사랑 실천

모든 8학년 학생들은 4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오후시간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 보내야 한다. 학년 초에 아이들은 부모, 친구, 아는 사람 등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다. 이렇게 부모와 함께 도움이필요한 사람을 찾는 일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 과정 가운데 하나다.

이 활동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에는 학교에 대한 일정한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모든 것은 교실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되고, 학교 밖의 삶과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체가 우리 교육현실이 얼마나 우리의 실제 삶과 동떨어져 있는가를 입증해줄 뿐이다.

학교는 모든 학생과 나이대를 아우를 만한 유일한 배움의 장소가 아니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결정하여 처한 상황에서 닥치게 되는 실제 문제들을 헤쳐나가기를 원한다. 이러한 아이들이 제 갈 길을 가게 해주자. 그리고 스스로 삶의 문제와 대면하도록 놓아두자.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은 결코 자기 발로 서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사회봉사 인턴십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경계지점에서 학생들은 홀로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한편으로 아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원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경험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간다.


여행하기

독일에서는 그저 매우 소극적인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인 상황이 허용될 뿐이다. 예를 들어 고학년 학생들에게 교사가 동행하지 않고 학교 밖에서 어떠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허가를 받는 절차는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많은 경우 아예 허가가 나지 않는다.

상상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학교 운영자들의 연대 없이 이 같은 학교 구조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나아가 학교 내 이러한 뜻을 같이 하는 연대가 현실적인 학생감찰의 의무를 두고 빚는 갈등과 복잡한 절차상의 문제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해결해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는다.


유치원 인턴십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하는 모든 밀도 있는 활동에서 결코 지나쳐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아직 자신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않은 집단 속에서 낯선 이들과 더불어 일을 할 때 어떠한 경험을 하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는 3년 전부터 7학년 학생들에게 2주간 유치원에서 인턴십을 하도록 하고 있다.



7. 연극을 많이 하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 무대가 곧 학교다


다른 역할 해보기

청소년들은 불안감 때문에 사춘기를 더욱 어렵게 보내게 마련인데, 청소년과 함께 연극을 하는 연출가들은 이 문제를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본다.

훌륭한 연출가와 함께하는 청소년들은 이같은 장벽을 극복해나가며 자기의 온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 속 인물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법을 배운다. 이를 어떻게 표현해날 것인가는 모두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다.


연극은 예술가와 시간이 필요하다.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함으로써 아이들은 스스로가 지닌 능력과 용기에 대한 믿음을 키우게 되고, 이는 다른 상황에서도 새로운 미지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된다.

1. 연극은 예술가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우리는 우리 학생과 교사에게 연극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우리가 찾는 전문가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스스로 큰 만족감을 느끼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그들이 하게 될 일은 모두에게 각자가 소홰해낼 만한 역할을 주고 성취를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너무 오래 일하게 되는 예술가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과 타협하고 학교 체제의 일부로 굳어버릴 위험이 있다.)

2. 진짜 연극을 경험하고 나면 그 여파가 오랫동안 가시질 않는다. 청소년들이 '자기들의' 연극을 만들어내는 결정과정에 얼마만큼 깊이 참여했느냐가 이를 판가름한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는 '연극 집중기간'을 두었다. 연극활동을 하는 모든 학생들은 4주간 모든 수업과 숙제, 시험에서 면제받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원칙은 바로 '오로지 연극만'이다.


연극 프로젝트에 지원하기

학급 프로젝트로 연극을 하고 싶은 반은 반 학생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의 동기부여 여부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 한 학급이 연극 프로젝트를 한다는 건 동시에 굉장한 위험부담을 감수하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압둘

초창기 우리 학교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한 사람은학교에서 압둘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다. 그는 많지 않은 보수를 받고 일주일에 평균 60-80시간을 일했다. 그는 열정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학교가 가진 틀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일했다. 아이들은 이런한 행동을 보면서 예술가가 '작업'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할 수 있어요. 진지하게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기만 한다면 말이에요.”

가장 놀라웠던 점은, 교육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한 사람이 그가 가진 예술에 대한 신념을 통해 다른 사람들, 그리고 학생들과 거침없이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연극작업을 통하여 이를 '형상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역할 배정

연출가가 배정한 역할에 모두가 만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훌륭한 연출가는 작은 배역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관객

진지하게 연극을 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연극이 인정받아야 할 가치에 합당하게 '배우'를 정당하게 대우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학교공동체도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학교는 연극 관람을 정규수업 2시간으로 정식 인정함으로써 학생들이 성취해낸 작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준다. 게다가 모든 학생들이 관람료를 지불한다.


연극과 교과수업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 ; “인간을 교육하는 기관에서 다음 두 가지 교육만 이루어진다면 신뢰를 할 수 있다. 바로 연극과 과학이다. 이 두가지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두 가지 축과도 같다. 즉 주관적 체화와 객관적 진술이 그것이다. 후자는 물질세계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고, 전자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이 두 축은 우리 인간이 하고자 하며, 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포괄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 또한 학교 정규 평가기준에 한해 볼 때, 연극을 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뒤처지는 것처럼 보인다. 연극에 완전히 몰입했던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 일상의 압박에 유연히 대처하는 태도 등을 통해 보여주는 결과는 1-2년이 지나서야 차츰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학생의 성적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8. 문 걸어 잠근 나홀로 교사를 대신해 - 연대를 이룬 교사공동체

9. 실력이 인정받는다. - 학업성적의 평가

10. 내가 속한 곳은 여기야 - 학교에서의 의례

11. 우리가 개입한다 - 사회정치적 참여 - 학교울타리를 넘어서



12. 벽을 허물기 - 공부하고 함께 사는 공간


교실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될 요소가 없어야 하고 교사가 하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요소만을 갖춘 공간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정반대다. 공공기관의 아무런 장식도 없는 긴 복도가 방문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라. 상당수 학교 건물과 교실이 함의하는 바가 바로 이같은 복종과 적응이다.


각 학년이 쓰는 공간

1986년 우리 학교가 김나지움에서 통합형 종합학교로 바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방 두 개를 이루고 있던 벽을 허물자 하나의 널찍한 공간이 되었고, 이후 이곳에 복도이자 만남과 학습의 공간으로 쓰이는 '학생생활나눔터'라는 공간이 생겨났다. 이후 6년간 매년 여름방학때마다 벽을 허물어 우리 학교에는 모든 층에 이같은 '터'가 만들어졌다.

긴 안목으로 본다면, 교사의 노동시간에 대한 값비싼 대가에 걸맞도록 웬만하면 공간을 의미있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이성적인 공간계획이 아니겠는가?


공간의 구성

입학식을 마치고 반 배정을 받은 5학년들은 깔끔하고 텅 빈 교실에 들어서게 된다. 이 교실을 살만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자기들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학교가 교육과 삶의 터전이었으면 한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여기서는 내가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나갈 수 있고 구체적으로 책임을 가지는구나, 이곳은 이 안에서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관계로 이루어지는 공동의 삶의 터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움직이는 배움터

대부분의 교과수업은 어차피 말하고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공간에서 할 수 있으면, 반면에 특수한 장비가 필요한 몇몇 과목은 오로지 '특수교실'에서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실제로 아이들은 결코 이같은 규칙에 얽매여 학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든 아이들은 동시에 똑같은 리듬과 형태로 학습하는 게 아니라 개인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혹시 지금까지 '특수교실'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부분을 일반 교실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는 학년마다 두 개의 '자연과학 수레'라는 것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개발하고 직접 제작한 수레로, 판자를 고정해 만든 작업대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 여러 가지 실험도구들이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직접 개발한 또 하나의 학습용 가구는 '비스바덴 선반'이다. 이는 각 교실이나 학생생활 나눔터에서 간단한 실험이나 수공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스스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법을 배운다.


준비된 학습환경

교실은 하나의 '준비된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야 한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는 교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작은 모둠들이 둘러앉도록 책상을 배치한다. 이때 교실 한가운데는 빈 공간으로 남긴다. 큰 교실의 경우 한쪽 구석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나 작업공간을 따로 마련해두었다.



13. 기업으로서의 학교 - 부수입 직접 창출하기

14. 학교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세요! - 학부모들과의 협동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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